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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밀면 후기, 냉면도 막국수도 아닌 쫄깃함을 처음 알았다

by 마니마니머니1 2026. 8. 3.

몇 년 전 여름, 부산으로 출장을 갔다.

 

빡빡한 일정 탓에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배는 고프고 다리는 무거웠다.


그때 무언가에 홀린 듯 발길이 멈췄다.

 

작은 식당 하나.


간판에 적힌 두 글자.


가야 할매 밀면.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 밀면이 뭔지 몰랐다.


부산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건 들었지만
냉면이 있고 막국수가 있는데
굳이 밀면을 먹어야 할 이유를 몰랐다.

 

그냥 들어갔다.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한 그릇이 나왔다.


첫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모든 생각이 바뀌었다.

 

냉면처럼 질기지 않았다.


막국수처럼 뚝뚝 끊어지지도 않았다.
일반 국수와도 달랐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씹을수록 뭔가 다른 식감이었다.


국물은 시원하면서 깊었다.

 

신세계였다.

 

배고픔을 잠재우고 나니 식당 내부가 보였다

 

식당 안을 둘러보니 정면에
면을 직접 뽑는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 옆에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이 걸려 있었다.


2002년 향토 음식 출품 지정 식당.

20년이 넘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 한 장이 이 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가격은 그때 6,000원이었다.
지금은 8,000원이 됐다.


그래도 얼마나 사랑스러운 가격인가~

 

서울에서는 점심 한 끼가
1만 원을 훌쩍 넘는 게 당연한 세상인데
8,000원에 이 맛을 먹을 수 있다니.

 

배가 고팠던 탓인지
그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웠다.


그리고 나서 생각이 들었다.

 

비빔밀면은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배가 불러서 지금 당장은 안 되고...

 

그래서 생각해 낸 묘수가 있었다.


고객과의 미팅을 이 밀면 집에서 하면 되는 거였다.

 

그날 이후 나는 한동안
거의 모든 미팅을 이 식당에서 했다.


물냉밀면도 먹었고 비빔밀면도 먹었다.


둘 다 각자의 매력이 있었다.

 

나중에는 식당 사장님이
내 얼굴을 알아볼 정도가 됐다.

 

고객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았을 거다.
밥값을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나는 그게 또 좋았다.

 

그렇게 한동안 계속 그 집만 다녔더니
어느 날 고객 중 한 분이 말했다.

 

"부산에 여기보다 맛있는 밀면 집이
훨씬 많은데 왜 맨날 여기만 와요?"

 

맞는 말이었다.


부산에는 유명한 밀면 집이 수도 없이 많다.


더 맛있는 곳도 분명히 있을 거다.

 

근데 나는 다른 곳을 가지 않았다.

 

왜냐고?

 

첫사랑이니까.

 

처음 먹었을 때 그 느낌.
배가 고팠던 그 오후.


빛바랜 사진이 걸린 그 식당.
면을 뽑던 기계 소리.

 

그 모든 게 합쳐진 기억이
가야 할매 밀면이라는 이름에 담겨 있다.

 

첫사랑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나의 밀면 첫사랑도 그렇다.


우리 집 옆에 가야 할매 밀면이
이사 왔으면 좋겠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끔
첫사랑을 만나러 부산을 간다.

 

올해도 무자게 더운 여름이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밀면 한 그릇이
너무나도 생각난다.

 

올해도 꼭 가야겠다.


첫사랑한테.


가야 할매 밀면한테.

 

 

 

 

※ 본 글은 개인적인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식당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