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어정역 앞에 조그만 골목길이 있다.
그 맛집을 찾은 건 아주 우연이었다.
나는 쫌 밥시간이 지나면
맛있는 밥집을 찾는 신묘한 힘이 나오나 봐. 하핳하하.
또바기를 찾은 그날도 그랬다.
배는 고프지.
근처 식당은 다 먹어봤지만 그저 그렇지.
약간의 오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골목길에 들어가다가
낡은 입간판을 보고 들어가자 했다.
들어가고 보니
할머니 주방장, 할아버지 서빙하는 노포였다.
생각보다 작은 식당에 놀랐고
4인용 3개, 6인용 3개 테이블 총 6개.
뭔가 정돈되지 않은 인테리어에 좀 놀랐다.
이때만 하더라도 좀 세련된 데를 선호하는
나쁜 습관이 있었거든.
나중에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 쉬시는 자리에도
자리가 없으면 거기에서 밥을 먹더라고.
삐뚤삐뚤 메뉴판에
할아버지 젊었을 때 낚시하는 모습과
대어를 잡는 사진이 생생하게 찍혀 있었다.
그 사진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2주에 한 번 제주도 낚시를 가신다고.
마침 어제도 다녀오셨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메뉴판 구성이 왜 그렇게 다양한지
짐작이 됐다.
바다에서 다녀오시면
그날 잡은 갈치회, 고등어회, 장어가 나오는 거다.
진짜 신선한 자연산 횟감.
자연산이지만 생각보다 무지 저렴한 가격에
또 한 번 놀랐다.
갈치조림을 주문했는데
큰 갈치는 조림, 어린 갈치는 회로 구분해서 판다.
기다리면서 갈치조림이 나왔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신선하고 맛있어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단골손님께는 어린 갈치를 회로 해서
먹어보라고 주고 계시더라.
우리는 그날이 처음이라
단골이라기보다 그냥 손님이었지.
그걸 본 지인이 말했다.
"좋은 거면 나도 줘야 하는 거 아냐?"
그랬더니 할머니가 갈치를 가져다주셨는데.
"어머 웬일이야."
다금바리 먹으면 향기가 나는데
어린 갈치였는데도 불구하고 향이 나더라고.
워낙 어리고 신선해서
뼈째 먹어도 오독오독
입안에서 바다가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민물매운탕 1인당 13,000원에
갈치회까지 나오는 경험이라니.
물론 단골 한정이지만.
할머니께 자주 오겠다 하며
그날은 감동만 안은 채 돌아왔다.
그리고 계속, 계속
일주일에 3~4번은 가는 것 같다.
가다 보니 메뉴판에 없는 것도 계속 나오고
먹고 싶은 것도 미리 전화만 하면
단골 찬스로 다 해주신다.
할머니 사장님 너무 좋아.
어느 날은 갔더니
돼지껍질을 내오시더라고.
난 그걸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돼지껍질이라고 부른다.
구운 돼지껍질은 식으면 돼지 냄새가 나는데
또바기 돼지껍질데기는
할아버지가 직접 텃밭에서 재배한 야채랑 어우러져
식어도 하나도 느끼하지 않다.
요새는 갈 때마다 메뉴판에 음식이 늘어난다.
나한테 시식을 시켜놓고
오케이 통과가 되면
다른 손님 상에도 올리는 거다.
한마디로 나의 미각을 인정해 주는 거지.(으쓱)
난 내 블로그에 알려서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더 찾아올까 봐
살짝 싫기도 하다.
이게 단골 마음이지 싶다.
내가 발견한 보물을
다른 사람들이 다 알아버리면
왠지 내 것을 빼앗기는 느낌이랄까.
근데 또 생각해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왕이면
돈을 많이 버시면 더 좋지 않겠어?
두 분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제주도 낚시도 다니시고
맛있는 음식도 쭉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계속 갈 수 있으니까.
어정역 근처에 가실 일이 있다면
골목길을 유심히 살펴보시길.
낡은 입간판 하나가 보이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시길.
인테리어가 세련되지 않아도
사람이 만드는 음식의 깊이는
어디서도 흉내 낼 수 없다는 걸
또바기가 알려줬다.
보물은 언제나 골목 안에 숨어있다.
※ 본 글은 개인적인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식당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