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장 일정을 짤 때 나는 순서가 좀 이상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비행기표나 KTX 시간표를 확인하기도 전에 먼저 여는 게 지도 앱이다.
나는 내가 간 그 동네 맛집부터 검색하고
예약이 가능하면 일정표를 짜기도 전에 바로 잡아버린다.
이번에 광주 출장이 확정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회의 시간을 넣기도 전에 마구로본가부터 일정표에 끼워 넣었다.
동료가 옆에서 그걸 보고 어이없어했지만, 흠.........
나는 밥집 예약이 먼저고 회의는 그다음이라는 원칙을 몇 년째 고수하고 있다.
그러니까
서울에서 광주까지, 참치머리 하나 먹으려고 원정을 다닌 지도 벌써 3년째다.
와우, 말해놓고 보니 나도 좀 유난이다 싶다.
SRT를 타면 두 시간이면 가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차를 몰고 갈 때는 네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그런데도 일 년에 두 번은 꼭 내려간다.
누가 들으면 유난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2022년부터 내 개인적인 보양식 목록에
참치가 정식으로 이름을 올린 뒤로는 이게 그냥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어버렸다.
몸이 피곤하다 싶으면 보약을 챙겨 먹는 사람도 있고 홍삼을 먹는 사람도 있는데,
나에게는 그게 참치머리였다.( 나를 비싼 아이라고들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일이 유독 힘들었던 달이면 어김없이 광주행을 계획하게 된다.
처음 마구로본가에 갔을 때는
아무 정보도 없이 그냥 찾아갔다가 참치회만 먹고 나온 기억이 있다.
어우...... 지금 생각해도 그날은 좀 아쉽다.
솔직히 왜 사람들이 이 집을 그렇게까지 추천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참치머리는 그날그날 들어오는 물량이 한정돼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 뒤로는 광주 갈 일이 생기면 최소 세 시간 전에는 무조건 전화부터 건다.
예약을 놓치면 그 먼 길을 가서도 정작 참치머리는 구경도 못 할 수 있다는 걸 이미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이제는 예약 전화가 광주 출장 준비의 가장 첫 단계가 됐다.
이번에 먹은 참치머리 스페셜은 8만 원이었다.
서울에서 비슷한 걸 시키면 이십만 원은 우습게 나온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이 가격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건지 바로 감이 올 거다.
진짜 이 가격 보고 두 번 확인했다.
넷이서 참치머리 팔만 원에 특초밥 삼만 원을 추가해서 총 십일만 원을 냈다.
대박!!!!!
서울에서라면 한 명이 혼자 먹어도 그 돈이 넘게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광주까지 내려온 기름값이나 차비는 이미 다 뽑고도 남는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원래 육회도 좋아 한다.
사람들은 별로 라고들 한다.
살짝 비릿한 향에 씹을 때마다 걸리는 질긴 식감 마저도 나는 좋다.
그런데 참치머리회가 육회를 말어 냈다 .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다.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쫄깃하게 씹히면서도 잡내가 전혀 없는게 신세계다.
우와!!! 왠일이야!!!
식감에 집중하다 보면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든다.
옆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대답이 늦게 나올 정도로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은은하게 올라오고, 그 안에 살짝 도는 감칠맛이 계속 다음 한 점을 부르게 만든다.
젓가락질을 멈추기가 힘들어서 옆 사람 몫까지 은근슬쩍 노리게 되는 부위이기도 하다.ㅎㅎㅎㅎ
한 점 한 점 먹으면서 아, 왜 사람들이 참치, 참치 하는지 그날 딱 알았다.
회로 먹는 참치는 그동안 많이 먹어봤지만 머리 부위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이런 식감을 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부위마다 미묘하게 다른 결과 식감이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으로 실감했다.
어떤 부분은 기름기가 살짝 돌면서 입에서 녹듯 사라지고, 또 어떤 부분은 쫄깃함이 오래가서 씹는 재미를 오래 준다.
예약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그 자리에서 몇 번이나 들었다.
가게 안 분위기도 이 맛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상무지구 한복판에 있는데도 자리에 앉으면 시끌벅적한 바깥 분위기와는 다르게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든다.
직원분이 참치머리를 부위별로 하나하나 설명해 주면서 어느 부위부터 먹으면 좋은지 순서까지 알려주셨는데,
그 설명을 듣고 나서 먹으니 확실히 맛을 느끼는 게 달랐다.
기름기가 적은 부위부터 시작해서 점점 진한 부위로 넘어가라는 조언대로 먹었더니,
마지막 한 점까지 물리지 않고 다 비울 수 있었다.
같이 간 일행 중에는 참치머리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첫 점을 먹자마자 표정이 확 바뀌는 걸 보면서 나도 처음 그 맛을 알았을 때가 떠올라 괜히 뿌듯했다.
곁들여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함께 나온 초장과 와사비 간장의 비율이 참치머리 특유의
고소한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딱 맞게 조절돼 있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초밥도 함께 시켰는데 참치머리에 비해 존재감이 조금 옅게 느껴질 정도로 참치머리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다.
그래도 입가심으로 초밥 한두 점을 곁들이니 코스처럼 즐기는 기분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넷이 둘러앉아 접시가 비워지는 속도를 보면서 다들 말수가 줄어드는 것도 이 집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다들 먹는 데만 집중하느라 대화가 뚝뚝 끊기다가, 접시가 거의 비워질 때쯤 되어서야
참치머리 얘기로 다시 신나게 대화가 이어지곤 했다.
먼 길 내려가서 예약까지 해가며 먹을 값어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망설임 없이 있다고 답할 수 있다. 오히려 예약을 안 하고 갔다가 정작 못 먹을까 봐 그게 더 걱정이다.
다음 광주 출장은 아직 잡히지도 않았는데 벌써 마구로본가 전화번호부터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쯤 되면 출장을 핑계로 참치머리를 먹으러 가는 건지, 참치머리를 핑계로 출장을 가는 건지 순서가 헷갈릴 지경이다.
어쨌든 나의 광주행은 계속 될 거 같다 ...
※ 본 글은 개인적인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식당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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